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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의 뇌를 좌우로 나눈 뒤 두 개의 몸통에 이식합니다.

수술은 성공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여러분의 좌뇌를 이식받은 몸통과 우뇌를 이식받은 몸통이 깨어납니다.

자! 대체 누가 진짜 '나'입니까? 어렵죠?

그럼 하나 더 묻죠. 영혼이 존재한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나'의 영혼을 가져간 쪽은 어디입니까?

좌뇌를 이식받은 몸통입니까? 아니면 우뇌를 이식받은 몸통입니까?

예일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셸리 케이건은 말합니다.

"동일인물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영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영혼이 분리된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르죠.

 

더 어려운 질문을 해볼까요?

영혼을 좌뇌를 이식받은 '내'가 가져갔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어느 날 신이 나타나 그 사실을 말해줍니다.

"영혼은 좌뇌를 이식받은 네가 가져갔다."

그러면 우뇌를 이식받은 '나'는요?

우뇌를 이식받은 '나' 역시 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생각할 수 있고 자유의지를 가집니다.

우뇌를 이식받은 '나'는 영혼이 없는데도 의식을 가진 유기체로 존재하네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이 철학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했듯 뭔가 과학 같지 않다고 뭔가 이상하다고 그렇게 느낀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제고 오늘 들었던 이런 예시들은 모두 예일대학교 실제 철학 강의에 나오는 매우 유명한 내용들로써 굉장히 합리적이고 무시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그럼 이제 여러분이 원하는 과학 얘기를 해보죠.

놀랍게도 지금 우리 인간의 기술력은 인공 뇌를 완벽하지 않지만 어느정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줄기 세포를 시험관에서 키워 사람의 장기 조직과 비슷한 조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세포를 오가노이드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인간의 뇌를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다면 어떨가요?

즉 뇌의 오가나이드를 만들어내면 이 인공 뇌는 의식을 가지고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답을 먼저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실제로 2019년 8월 cell stem cell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인간의 뇌 오가나이드에서 신생아들의 뇌에서 나타나는 신호와 흡사한 신호가 나타난다는 것을 포착합니다.

이 신호는 연구원들이 실험을 중단하기까지 몇 달 동안 지속되었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뇌에서 전기 신호가 몇 달동안 발생한다.

계속하여 여러분 여러분이 지금 제 영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그리고 이성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그 모든 과정들은 전기의 신호에 의해서 나온 겁니다.

즉 우리는 전기적인 신호를 통해서 생각하고 상상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만약 두뇌로 전달되는 전기신호와 완벽히 똑같은 신호를 주입한다면 여러분은 그게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뇌의 오가나이드에서 나온 전기적 신호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뇌가 의식을 가지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여러분 이건 앞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굉장히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왜냐?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뇌에 의식이 존재한다면 그럼 영혼은 없는 것 아닌가요?

우리 인간이 실험실에서 영혼을 만들어 냈다면 우리가 신이겠네요?

그렇죠?

영혼이 만약에 없다면 사후세계를 믿는 대부분의 종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죠.

종교를 무시하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솔직히 신을 믿지는 않지만 종교에 순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걸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윤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과학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와있냐면 죽은 뇌의 일부분을 되살리는 정도까지 와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세계 최고의 저널인 nature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마저 없애버리는 느낌을 줬는데요.

제목을 직역하면 "죽은 지 몇 시간 지난 뇌 되살리기"입니다. 예일대 의대 연구원들은 죽은 돼지의 뇌 일부분을 살려냈습니다.

예일대 연구원들은 뉴런의 세포기능과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능력을 살려낸 거죠.

지금은 일부분이지만 5년 뒤, 10년 뒤에도 일부분일까요?

이런 연구들이 발전하다 보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캘리포니아 대학의 가브리엘 연구원과 무오 트리 연구원, 마이크로소프트의 크리스토퍼 연구원이 2020년에 바이오 아카이브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런 인공 뇌를 개발하는 연구는 뇌의 연결방식을 이해하고 분석함으로써 여러 뇌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한 인공적으로 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자폐증과 같은 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는 뇌를 살려내고 의식을 인공적으로 만든다 해도 이렇게 살려낸 게 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렇게 만들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직은요. 

하지만 제가 오늘 소개해드렸던 모든 연구들이 전부 2019년 이후의 연구들입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발매되었을 때부터 쭉 사 왔습니다.

그 만화에는 '호문쿨루스'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호문쿨루스'는 라틴어로 '작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만화에서 '호문쿨루스'는 '플라스크 속의 난쟁이'라는 뜻입니다.

만화 속의 한 연금술사는 우연히 의식하고 생각할 수 있는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내고

이 '호문쿨루스'는 인간보다 월등히 강하고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작중 세계에서 인간들의 나라를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훗날 어느 나라에서 또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플라스크에서 의식을 가지고 우리처럼 생각하는 뇌를 만들어낸 날, 플라스크 속의 인공 뇌는 "여기가 어디야?"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의 호문쿨루스인 그리드는 말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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