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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대부분 노란빛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소용돌이치며
생명과 재산, 주위를 둘러싼 모든 자연을 불태워버립니다.
이 노란불은 늘 흔적을 남기죠.
이불은 지나간 자리엔 타고 남은 재들이 항상 나옵니다.

어느 날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진들은 불을 연구하다가 뭔가 이상한 걸 우연히 발견합니다.
그들은 토네이도가 발생할 때 불꽃이 타고 올라가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원통형 수조 안에 불을 붙이고
소용돌이치는 공기를 주입했습니다.
처음에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았죠.
그런데 갑자기 푸른색 불꽃 소용돌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난생처음 보는 푸른빛의 소용돌이가 신기하여 이 불을 이리저리 연구하고 테스트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연구진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왜냐면 이 푸른 불꽃이 지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깐요.
푸른 불꽃 소용돌이는 지금까지 관찰된 바 없는 현상으로 이 불꽃은 검댕을 전혀 남기지 않았습니다.
노란빛의 불그스름한 불꽃은늘 지나가며 대기오염물질을 내뿜고 또 찌꺼기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이 우연히 발견한 이 불꽃은 대기오염물질도 없었고 찌꺼기도 없는

한마디로 말해서 인류가 그토록 바라 왔던 완전연소 현상이었던 거죠.

그들은 이 결과를 2016년 8월 PNAS에 발표했습니다.
불꽃이 노란 이유는 연료를 태우는데 산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죠
뭔가가 남는다는 것은 완전한 연소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푸른 불꽃은 어떤 것도 남기지 않았고
아주 깔끔하게 모든 것을 태워버렸습니다.
이 푸른 불꽃 소용돌이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고 기름 유출로 인한 바다 오염을 모조리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 일반적인 불로 태우게 되면 부산물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푸른 불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니까요.

또한 공장 굴뚝에 적용되면 오염물질 배출이 급감할 수 있습니다.
푸른 불꽃 소용돌이는 부산물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모든 것을 연소해버리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자동차 엔진에 사용될 때는 공해를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완전연소 형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또 출력은 높아진 겁니다.

본 연구의 공저자인 `Michael Gollner`는 불꽃 소용돌이는 우리가 전기라는 굉장히 위험한 것을
유용한 것으로 바꾸었듯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푸른 불꽃이 생기는지
밝혀내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언뜻 보면 현대 과학 기술력에 고작 불꽃의 구조조차 모른다는 것이 의아할 수가 있습니다.
일단 재료의 경우 그 구조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거기서 시작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특이한 재료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럼 제일 먼저 철 같은 금속인지 고무 같은 폴리머인지
혹은 도자기 같은 세라믹인지를 파악해야 하겠죠.
그다음 X선을 이용해서 이 재료의 원자들이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차례차례 확인하면서 이 재료의 정체를 알아냅니다.
이처럼 알 수 없는 푸른 불꽃 소용돌이 역시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그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겁니다.
하지만 불은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어렵습니다.
생각해 보면 계속해서 요동치는 이 불꽃의 구조를 어떻게 확인해야 하나 딱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죠.
어렵죠? 그래서 연구진은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이 불꽃의 구조를 알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완전연소가 가능한 이 불꽃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수년간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보기로 합니다.
온도와 열과 대기의 흐름.
이를테면 어떻게 주변부의 공기가 화염 속으로 들어가는지 이런 것들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파란색은 온도가 300k 정도인 부분인데
화염의 윗부분 온도는 300k 근처였어요.
즉 이 윗부분은 연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증거죠.
이런 식으로 연구진은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화염을 수없이 재현해냈고
푸른 불꽃은 연료가 많을 때 발생하는 `Preamixed rich flame` 확산으로 인해 생기는 `Diffusion flame` 마지막으로 `Diffusion flame`보다 공기가 더 많은 `Preamixed lean flame`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결국 밝혀냈습니다.
쉽게 말하면 푸른색 불꽃은 세 가지의 다른 연소 과정이 합쳐져서
완전연소가 가능한 기가 막힌 양으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푸른 불꽃 용도를 발견한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팀은
2020년 8월 그 결과를 `Science Advances`에 발표했죠
논문 제목은 `푸른 불꽃 소용돌이의 구조가 드러났다.`

그러나 인제야 이 불꽃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고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지 밝혀졌을 뿐입니다.
즉 아직 실험실 밖에서 이 불꽃을 임의로 또 크게 발생시킬 수 없습니다.
밀폐된 장치 안에서만 발생할 수 있죠.
안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푸른 불꽃 소용돌이는 노란색 불꽃 다음에 발생하는데 이 노란 불꽃이 푸른 불꽃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노란 불꽃은 모든 것을 태워서 잿더미를 남길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연구를 비롯한 많은 과학적인 발견들이 우연에서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연구진은 푸른 불꽃이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가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본인들의 연구를 확인하기 위해서 평소처럼 실험했다가 우연히 발견한 거겠죠.
하지만 우연은 실력이 없는 사람에겐 오지 않습니다.
우연은 준비된 실력자들에게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진은 불꽃 소용돌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이 기회가 돼서 새로운 발견을 끌어낸 겁니다.
비록 자신들이 생각한 바와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요.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말했습니다.
"만약 결과가 가설과 일치한다면 당신은 측정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가정과 반대된다면 당신은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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